개인간(P2P) 투자금 모집 및 대출 과정에서 프로그램 조작을 통해 양 측 모두를 속여 수억 원을 빼돌린 프로그래머 출신 30대가 구속됐다.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은 사기 및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H펀딩과 P홀딩스의 대표이사인 A(35) 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P2P 대출 업체인 H펀딩은 인터넷을 통해 개인 투자자와 대출신청자를 연결해주는 업체로, '세이퍼트'라는 전자결제 시스템을 통해 공지된 목표 금액까지 돈이 모이면 대출차주 외에는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관리한다.
하지만 고졸 학력에도 프로그래밍 능력이 탁월했던 A씨는 세어퍼트 상에서 당초 목표액을 높게 설정한 뒤 투자자들이 투자를 취소한 것처럼 출금 명령을 조작, 돈을 가로챘다.
투자자는 자신이 입금한 사실만을 알 뿐이었으며 대출차주는 목표금액을 채웠으니 양 측 모두 의심할 수 없었다.
A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 총 8억6천만원으로 빚을 갚거나 차량 리스 및 구입비, 유흥비,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A씨는 또 특정 대출차주와 유착, 청탁을 받고 대출담보를 부정 해지해 주고 사례금을 받거나 횡령한 투자금으로 다른 업체를 함께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전기차 사업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와 공모한 동업자 H펀딩 이사 B(43) 씨, 이들과 유착한 대출차주 C(57) 씨와 D(50) 씨도 배임증재와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초 이 사건은 H펀딩 투자자 123명이 지난해 5월 일산동부경찰서에 고소장을 내 수사가 시작됐지만 경찰은 대출차주의 '돈을 모두 받았다'는 진술에 따라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이후 검찰이 추가 수사를 진행, 범행을 밝혀냈다.
검찰은 범행계좌 지급동결과 범죄수익 추징보전 등 조치를 하고, P2P 대출업체 운영자가 투자금 모집 프로그램을 조작해 투자금을 중도에 인출하지 못하도록 금융감독원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무자본으로 하는 사업이라 돈을 사용해 버리면 부실한 상태가 돼 버린다"며 "범행계좌 지급동결조치 및 범죄수익 추징보전조치 등으로 피해자 보호를 하고 있지만 투자금의 일부만 확보한 상태다"고 설명했다.